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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전우주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이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공에 0-1로 패하며 1승2패를 기록했고,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남은 조 3위 팀들의 경기 결과에 운명을 맡기게 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해줘 축구”, “구걸 축구”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책임론은 남아공전 한 경기 패배만으로 불거진 반응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새 사령탑을 찾는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 운영 논란,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A대표팀 임시 감독 겸직, 홍명보 감독 선임,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폭로, 국회 현안질의와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법원 판단까지 이어진 축구협회 행정 실패가 월드컵 본선 부진으로 다시 폭발한 흐름에 가깝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력강화위가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매듭짓지 못하는 사이 황선홍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A대표팀 임시 사령탑까지 겸직했고,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감독 선임 공백과 협회 운영 난맥상이 단순한 절차 논란을 넘어 실제 대표팀 성과 손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은 이 시점부터 커졌다.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더 크게 흔들렸다. 정 위원장이 물러난 뒤 이임생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새 사령탑 선임 절차를 이어받았고, 외국인 감독 후보였던 다비드 바그너와 거스 포옛 등을 유럽 현지에서 직접 만난 뒤 귀국했다. 이 이사는 귀국 이후 홍명보 당시 울산 HD 감독의 자택을 찾아가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 감독은 밤샘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이임생 이사는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고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해성 위원장 사퇴 뒤 사퇴 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전력강화위원 5명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최종 결정을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고, 전력강화위 재소집 없이 홍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 추천을 거쳐 협회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 구조지만, 협회는 법무팀 검토와 추후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시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속성, 빌드업 전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 내세웠다. 이임생 이사는 “대표팀의 철학과 게임 모델의 연속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며 라볼피아나를 활용한 빌드업, 비대칭 3백 시스템, 후방 전개, 전진 패스를 통한 프로그레션, 상대 수비 뒷공간 공략, 라인 브레이킹, 카운터 상황에서의 측면 크로스 활용 등을 선임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나 남아공전 패배 이후 대표팀 경기 내용에서 당시 제시된 전술적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늘면서 이 발언은 다시 조롱 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은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더 커졌다.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부 위원들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했고 외국인 감독 후보를 제시하면 흠을 잡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도 몰랐다며 지난 5개월이 허무했고,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가 비밀유지서약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팬 여론은 협회 대응 방식에도 차갑게 반응했다.
축구계 내부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한 뒤 발표했어야 할 과정이 생략됐다고 지적했고, 이천수 전 국가대표도 박주호가 답답해서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협회를 비판했다. 박주호의 폭로 이후 논란은 팬 여론을 넘어 축구계 내부 인사들의 공개 비판으로 확산됐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울산 팬들과 K리그 팬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자신에게 향한 질책과 비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 실망한 팬들에게 용서받는 방법이라고 말했고, 박주호 전 위원의 폭로에 대해서도 “그 안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것도 포용해서 발전돼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출범 단계부터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여론 불신을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는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 정해성 전 위원장 등이 출석했고,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 막바지에 정해성 전 위원장에서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로 권한이 넘어가는 과정과 이 이사가 전력강화위원들의 명확한 동의를 받았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정 회장은 홍 감독 선임 과정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질타를 받았고, 이임생 이사의 면담 동행 여부와 축구협회 운영 방식도 함께 문제가 됐다.
문체부 감사와 법원 판단도 축구협회에 부담으로 남았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특정감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부적정 운영을 지적했고, 정몽규 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 등에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특정감사 결과 조치 요구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독단적 추천만으로 선임이 성사돼 이사회 권한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정몽규 회장은 결국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이 결정이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지지와 응원을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팬들의 분노는 정 회장 사퇴 발표만으로 가라앉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홍명보호가 남아공에 0-1로 패하면서 책임론은 다시 폭발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공에 패해 1승2패를 기록했고, A조 3위로 밀려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남은 조 3위 팀들과 골득실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대표팀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 이어 남아공전에서도 상대 맞춤 전술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아공전에서는 손흥민이 선발에서 제외되며 경기 전부터 전술 선택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팬들의 분노는 홍명보 감독 한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축구 관련 콘텐츠에서는 정몽규 전 회장,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 홍명보 감독은 물론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한 전력강화위원회와 당시 축구협회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다. 일부 팬들은 이들을 “한국 축구 위기의 원흉”이라고 부르며 다시는 대표팀 운영의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남아공전 이후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 경기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우선 잘 준비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선수들의 심리 상태와 더운 날씨 등을 패배 원인으로 함께 언급했다. 홍 감독의 임기는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이후에도 홍명보 체제가 유지될 경우 선임 과정 논란과 본선 졸전이 맞물리며 팬 반발은 더 커질 수 있고, 사퇴 여론 앞에서 홍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대표팀을 둘러싼 다음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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