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입틀막 논란”… 개정 정보통신망법, 표현의 자유 논란 확산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온라인 발언 규제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오늘 (7일) 시행되면서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졌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AI 생성 이미지
개정 정보통신망법 AI 생성 이미지(사진=해시태그)

정부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와 혐오 표현 유통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규제 기준이 모호할 경우 정치적 비판과 풍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허위조작정보 판단을 플랫폼 자율규제와 정부 감독 구조에 맡기는 방식이 자의적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불법 정보뿐 아니라 허위조작정보와 혐오 표현의 온라인 유통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은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와 처리 절차, 자율 운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 등 대형 서비스가 주요 대상이며, 사업자는 관련 기준이 담긴 운영정책과 보고서를 마련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포해 손해를 끼친 경우 구독자 10만명 이상 또는 월평균 조회 수 10만회 이상인 게재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원 판결로 확정된 불법 허위조작정보를 2회 이상 반복 유통해 광고나 후원 수익을 얻은 수익형 정보 게재자에게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단순 의견 표명이나 주장, 카카오톡처럼 사적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불법 허위조작정보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무차별 신고를 막기 위해 구체적 근거와 증빙 자료, 신고자 신상 등을 적도록 했다. 공익 목적 보도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가중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게시 내용이 허위조작정보나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주체가 플랫폼 사업자인 만큼, 사업자가 불이익을 피하려고 게시물을 보수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앞두고 반발을 보이는 커뮤니티 반응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앞두고 반발을 보이는 커뮤니티 반응(사진=갈무리)

법 시행을 앞둔 온라인에서는 반발과 찬성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웃긴대학, 에펨코리아, 더쿠 등에는 “7월 7일을 극복하는 법”이라는 게시물이 공유됐고, 단정적인 표현을 피한 뒤 “~라고 주장한다”는 식으로 쓰라는 내용이 퍼졌다. 일부 이용자는 “이런 글 쓰다가 잡혀가는 것 아니냐”, “비난조로 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 논란이 많겠다”며 기준의 모호함을 문제 삼았다. 반면 보배드림과 클리앙 등 일부 커뮤니티와 유튜브 댓글창에서는 “허위, 가짜뉴스 퍼트리는 유튜버들 죄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가짜뉴스 넘쳐나는 숏츠랑 릴스 좀 없애달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발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도 옮겨붙었다. 지난 1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정권을 잡은 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 게시글을 광범위하게 심의 제재하는 국가 검열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개정 정보통신망법 철회를 요구한 청원에 14만 2,248명이 동의했다. 청원은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넓게 적용될 경우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게시물을 과도하게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공익적 문제 제기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한 더불어 민주당 이훈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한 더불어 민주당 이훈기(사진=이훈기 인스타그램)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직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가 규제 법안도 나왔다. 이훈기 의원은 지난 4일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조롱·혐오성 게시물을 막겠다며 이른바 ‘일베금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안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 국가적·사회적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모욕, 조롱, 비하, 멸시, 희화 표현을 불법 정보인 ‘조롱·혐오정보’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롱·혐오정보를 고의로 반복 게재하거나 유통한 사람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조롱·혐오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사이트에 대해서는 방미통위가 삭제, 접속차단, 노출 제한, 검색·추천 제한, 계정 이용 제한, 수익화 제한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조치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관련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복적 불이행이나 중대한 방치가 인정되면 운영정지나 사이트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다. 이 의원은 “국회는 혐오와 조롱을 방치하는 법적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며 “반복적 조롱·혐오 정보를 알고도 방치하고 조치명령에도 따르지 않는 사이트에는 폐쇄 명령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 의원안에 반대 의견을 내며 ‘조롱·혐오정보’의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 정당, 정책, 사회운동을 향한 강한 비판은 풍자나 조롱의 형식을 띠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법안이 시행되면 이런 정치적 표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다. 오픈넷은 방미통위가 삭제·접속차단 조치와 과징금, 운영정지, 폐쇄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행정검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표현의 위법성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행정기관이 표현물을 삭제하고 유통을 차단하는 방식은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개정법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까지 틀어막으면 끝은 바로 이재명 독재의 완성”이라며 재개정을 요구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악의적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만 골라내는 ‘핀셋 규제’ 법안”이라고 맞섰다. 온라인에서는 야당 시절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우려를 앞세워 정부의 표현 규제를 비판했던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 온라인 발언 규제 강화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와 혐오 표현을 막을 필요성 자체보다 그 판단 주체와 기준에 맞춰져 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를, 이훈기 의원안은 조롱·혐오정보를 각각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누가 허위, 혐오, 조롱을 판단하는지에 따라 공익적 문제 제기와 정치적 풍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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