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며 공급사 탓?”… 애플의 가격 인상 이유 정면 반박한 마이크론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팀 쿡 애플 CEO가 제품 가격 인상 원인을 메모리 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돌리자, 마이크론이 과거 대형 고객들의 저가 압박을 꺼내 들며 반박에 나섰다.

팀 쿡
팀 쿡(사진=애플)

애플은 최근 맥과 아이패드 라인업을 비롯해 애플 TV, 홈팟, 홈팟 미니, 비전 프로 등 여러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홈팟 미니는 30달러(한화 약 4만 6,000원), 맥 스튜디오는 최대 1,300달러(한화 약 199만 6,000원)까지 인상됐고, 아이폰과 애플 워치, 에어팟 가격은 현재까지 유지됐다.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애플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AI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 구축이 빠르게 늘면서 RAM과 SSD 저장장치 칩 수요가 급증했고, 아이패드와 맥 등 소비자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주요 제품 가격 인상 폭
애플의 주요 제품 가격 인상 폭(사진=@Betaprofiles)

팀 쿡 CEO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같은 논리를 폈다. 팀 쿡은 소비자들이 기기를 원하는 시점에 공급은 부족하고, 메모리 업체들이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제품을 위해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이 발언에 다른 배경을 붙였다. 애플의 공급업체 중 하나인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메모리 시장 침체기 당시 일부 고객들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했고, 그 결과 업계 투자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업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구매 협상력을 가진 대형 고객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수밋 사다나는 당시 가격을 두고 매우 공격적으로 나오던 고객들에게 이런 방식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좋지 않은 가격과 낮은 마진 때문에 업계 투자의 상당 부분이 중단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이전 메모리 침체기 동안 총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투자 여력도 줄었다.

마이크론 D램
마이크론 D램(사진=마이크론)

논란은 이 지점에서 애플의 설명 방식으로 옮겨간다. 메모리 가격이 낮았던 시기에는 완제품 업체가 낮은 부품 단가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가격이 급등한 지금은 공급업체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의 이유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메모리 가격 급등의 피해자처럼 설명했지만, 과거 저가 구매 구조에서는 수혜를 본 기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023년 1분기 낸드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마진이 -90% 수준까지 밀렸던 시기에도 완제품 업체들은 낮아진 부품 가격을 활용할 수 있었다. 메모리 업체들이 낮은 마진과 손실을 감수하는 동안, 완제품 가격과 수익 구조는 별개의 문제로 유지됐다. 반대로 메모리 가격이 오른 뒤에는 소비자 가격 인상 부담이 메모리 업체의 가격 정책 문제로 설명되는 구조가 됐다.

애플은 공급업체와 강하게 협상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마이크론 같은 공급업체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고, 이 같은 계약은 최근 몇 달 동안 애플이 경쟁사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을 늦게 받은 배경으로 꼽혔다. 다만 마이크론 측 발언은 낮은 가격을 장기간 고정하는 구조가 결국 메모리 업체의 생산 투자 의지를 떨어뜨렸다는 점을 겨냥했다.

G9 TLC 낸드 메모리
G9 TLC 낸드 메모리(사진=마이크론)

이번 논란은 메모리 가격 상승 자체보다 가격 부담을 어느 쪽이 설명하느냐의 문제로 번졌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부품값이 급등했고, 고객을 보호하려 했지만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마이크론은 침체기 때 일부 대형 고객들이 낮은 가격을 강하게 요구했고, 그 시기의 투자 위축이 현재 공급 부족과 연결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최근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346% 증가했고 총이익률은 85%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 전망치도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제시했으며,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5% 올랐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현재 마이크론 실적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실적 개선만으로 애플의 가격 인상 설명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업황이 나쁠 때는 낮은 단가를 압박하고, 업황이 좋아져 부품값이 오르자 소비자 가격 인상의 책임을 메모리 업체로 돌리는 방식이 시장에서 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맥북 프로
맥북 프로(사진=애플)

메모리 공급 부족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은 메모리 부족으로 가격을 올린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레노버, HP, 델 등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부족 사태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가격 인상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내려가야 자사 제품 가격도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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