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방서 10점 차 승리”…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농구 국가대표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농구 국가대표팀(사진=이현중 인스타그램)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제압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한국은 1970년, 1982년, 2002년, 2014년에 이어 통산 5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치른 사상 첫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 한일전에서 나왔다. 한국이 자국에서 열리지 않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 금메달을 따낸 것도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1만7,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채운 일본 관중은 경기 시작부터 일본을 응원했다. 한국의 턴오버와 일본의 득점마다 함성이 커졌고, 한국 선수가 자유투를 던질 때는 야유가 이어졌다. 일본이 패색이 짙어진 경기 막판에는 일부 홈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초반에는 일본이 먼저 흐름을 가져갔다. 한국은 이정현의 플로터와 이현중의 3점슛으로 7-5를 만들었고 이현중이 자유투 2개를 넣으며 11-5까지 앞섰지만, 일본은 가노 도요시게의 덩크슛과 구로카와 고테쓰의 3점 플레이로 12-12 동점을 만들었다. 야마우치 자헤루의 득점에 이어 야마자키 이부가 1쿼터 종료 직전 페이드어웨이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면서 한국은 12-16으로 뒤졌다.

이현중
이현중(사진=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쿼터에도 접전이 이어졌다. 일본 오가와 아쓰야가 시작과 함께 3점슛을 넣어 격차를 12-19까지 벌렸지만 최준용이 곧바로 3점슛으로 맞섰고, 이정현의 플로터와 이우석의 외곽슛이 이어지며 20-20 동점을 만들었다. 이현중이 몸을 던져 공격권을 살린 장면은 문유현의 플로터로 연결됐고, 이어 수비에서는 블록슛까지 기록했다. 한국은 이후 최준용의 앨리웁 득점과 변준형의 플로터로 일본을 따라붙으며 전반을 28-28로 마쳤다.

승부는 후반부터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이현중은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며 한국이 44-39로 앞서는 데 앞장섰고, 장재석은 연속 블록슛으로 일본 공격을 막았다. 이정현의 3점슛과 이현중의 자유투까지 이어지면서 점수는 50-42로 벌어졌다. 일본의 장 로렌스 하퍼가 3점슛을 넣자 이우석이 외곽슛으로 맞섰고, 구로카와의 2점에는 장재석이 득점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은 55-47로 3쿼터를 끝냈다.

한국은 4쿼터에도 일본의 추격을 막으며 점수 차를 유지했다. 일본은 4쿼터에 공격자 반칙 3개를 범했고 자유투도 5개를 놓쳤다. 한국은 수비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켰고 10점 차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한 달 전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연패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0-83으로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도 다시 승리했다.

우승의 중심에는 이현중이 있었다. 이현중은 결승에서 27득점 1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3점슛 8개 가운데 5개를 성공시켰다. 이정현도 14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이우석이 6득점, 최준용과 변준형이 각각 5득점을 보탰다.

이현중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꾸준히 득점을 책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3점을 기록한 뒤 인도네시아전에서 24득점 10리바운드,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는 16득점 7어시스트를 올렸다. 요르단과의 8강에서는 양 팀 최다인 28득점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란과의 준결승에서도 양 팀 최다인 26득점 14리바운드를 올린 뒤 결승에서 다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농구 국가대표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농구 국가대표팀(사진=이현중 인스타그램)

금메달과 함께 가족 기록도 나왔다. 이현중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금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에 이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며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성정아 이사는 현역 시절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센터로 뛰었으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과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후 이현중은 “어머니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오늘도 ‘너처럼 해라’고만 짧게 말씀해 주셨다”며 “어머니 같은 사람이 가족이라 내가 겸손해질 수 있었다. 어머니의 존재가 내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유기상도 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유영동 감독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 ‘부자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문정현과 문유현 형제는 형제가 국가대표팀선수로서 국제메이저대회 에서 함께뛰며 세계최초로 동반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우승으로 병역 특례 대상이 된 선수는 이우석, 이현중, 여준석, 이정현, 유기상, 문정현, 문유현, 에디 다니엘 등 8명이다. 현재 상무에서 복무 중인 이우석은 행정 절차를 거쳐 조기 전역하며, 2026-2027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FA 자격도 1년 앞당겨 취득한다. 해외 무대에서 뛰는 이현중과 여준석도 병역으로 인한 공백 없이 해외 도전을 이어갈 여건을 확보했다.

이현중은 병역 혜택에 대해 “안 기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면제받았다고 대표팀이 끝은 아니다. 안 가는 만큼 더 열심히 해서 한국 농구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며 “아시안게임을 치를 땐 아시안게임 정상이 목표였지만 이건 내 목표의 전부가 아니었다. 앞으로 월드컵, 올림픽, NBA 다 하고 싶다. ‘한국 농구가 잘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도록 더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2022년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던 이현중은 호주와 일본 무대를 거친 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1년 비보장 형태의 ‘이그지빗 10 계약’을 체결했다. 대표팀과 함께 21일 귀국한 이현중은 가족과 추석 명절을 보낸 뒤 26일 포틀랜드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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