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로 끝 아니다”… 홍명보 사퇴 뒤 축구협회 쇄신 요구 확대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홍명보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 운영 실패를 둘러싼 책임론이 대한축구협회로 확대되고 있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YTN)

홍명보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한 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남아 있었지만,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홍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하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체코를 2-1로 꺾었지만,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0-1로 패하며 1승 2패에 그쳤다.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도 얻지 못했고, 최종 순위는 34위로 확정됐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대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일단락되기 어려운 이유는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미 절차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여러 외국인 후보를 검토한 끝에 K리그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외국인 후보들과 비교해 검증 기준이 달랐다는 지적, 면접과 평가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밝히는 박주호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밝히는 박주호(사진=캡틴 파추호 갈무리)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는 감독 선임 과정의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인물로 분류됐다. 박주호의 문제 제기 이후 여론은 홍 감독 개인을 넘어 전력강화위원회와 당시 축구협회 수뇌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향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이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방향성과 맞물린 핵심 사안인 만큼, 선임 절차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은 월드컵 실패 이후 다시 커졌다.

홍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와도 연결됐다. 당시 홍 감독은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한 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준비 부족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비판을 받았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거쳐 울산 감독으로 복귀해 K리그에서 성과를 냈지만, 10년 만의 대표팀 복귀는 선임 절차 논란과 함께 출발했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드러난 경기 내용도 축구협회 책임론을 키웠다. 대표팀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요 전력을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최종전 남아공전에서 자력 32강 진출 기회를 놓쳤다. 이 경기에서는 주장 손흥민의 선발 제외, 스리백 전술 고집, 경기 중 대안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술 선택과 선수 기용은 감독의 영역이지만, 논란을 안고 출발한 감독 체제를 유지한 축구협회 역시 결과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몽규, 홍명보, 이임생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몽규, 홍명보, 이임생(사진=한국일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향한 책임론도 다시 부상했다.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두 공정성 논란을 겪었고, 승부조작 연루자 기습 사면 시도 등 협회 운영 문제로도 비판을 받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축구협회 감사를 통해 협회 운영과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고 정 회장 등 수뇌부에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협회장 선출 구조 역시 쇄신 논의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정 회장의 장기 재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소수 선거인단 중심의 간선제 구조가 지적돼 왔다. 협회 산하 단체장과 임원들이 선거인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에서는 한국 축구 전체 구성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무조정실이 축구협회 혁신 과제로 회장 직선제 도입을 제시했던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홍 감독 사퇴 이후 대표팀은 당장 차기 사령탑 선임과 운영 공백 문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2027 아시안컵까지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가운데 대표팀 운영 체계를 새로 정비해야 하고, 감독 선임 절차 역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축구협회 인적 쇄신 요구, 선임 과정 관여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 축구계 주류 인사 교체 요구가 함께 제기되는 이유다.

홍 감독은 사퇴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역대 최하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한국 축구의 후속 과제는 감독 개인의 사퇴를 넘어 선임 절차와 협회 운영 구조를 다시 점검하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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