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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전우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이후 장거리 노선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재무 체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 신한투자증권 보고서를 종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메가 캐리어 합병 승인 조건으로 미주와 유럽 등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핵심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이 시장에 풀렸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누적 부채와 고환율·고유가 부담 속에 신규 노선 확대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국내 LCC 업계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 중단거리 노선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 등 대형 항공사 중심으로 운영됐던 장거리 노선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글로벌 항공사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실제 재무제표에는 외화 비용과 단기 상환 부담이 동시에 반영됐다.
트리니티항공(티웨이항공)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947%에 달했다. 1분기에만 167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누적 결손금은 4,202억 원으로 늘었다. 엔진 선급금처럼 외화 결제가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92억 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는 1달러당 1,442.8원의 높은 환율이 적용됐다.

운영자금 확보가 급해진 트리니티항공은 주당 820원에 8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주주 소노인터내셔널은 특수 목적 법인(SPC)들과 주가 수익 스왑(PRS) 계약을 맺고 보유 주식 4,620만 2,631주를 담보로 제공했으며, 트리니티항공은 연 6.0% 금리의 1,100억 원 규모 영구채(신종 자본 증권)까지 발행했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도 단기 유동성 부담을 안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유동부채는 1조 3,645억 원이었지만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4,717억 원에 그쳤다. 3개월 사이 현금성 자산 660억 원이 줄었고,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4,121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고환율 영향으로 452억 원의 외화 환산 손실도 발생했다.
제주항공의 장부상 부채비율은 782%다. 다만 지난해 연 6.5% 금리로 발행한 1,000억 원 규모 사모영구채가 자본으로 분류된 영향이 반영됐다. 공시 내용을 기준으로 이 영구채를 부채로 다시 계산하면 실질 부채비율은 1,246%까지 올라간다. 해당 영구채에는 발행 2년 뒤부터 가산금리 2.0%가 붙는 스텝업(Step-up) 조건도 포함됐다.
외화 부채 규모도 제주항공 재무 부담의 주요 변수다. 제주항공의 외화 부채는 9,227억 원으로, 환율이 5% 오르면 461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기존에 계약한 차세대기 보잉 737-8 50대 도입에는 약 7조 5,00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도 나섰다. 자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 지분 전량을 433억 원에 매각하고, 홍익대학교 인근 호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영업권도 540억 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여기에 항공기 3대를 1,447억 원에 처분하는 방안까지 결정했다.
재무 압박은 안전 관리 문제와도 맞물렸다. 제주항공은 비용 절감 압박 속에서 엔진 점검 주기 미준수 등 안전 규정 위반 사항이 적발돼 국토교통부로부터 총 26억 원의 과징금과 정비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1분기에는 2024년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 후속 처리 비용으로 11억 원의 재해 손실도 반영했다.
생활가전 중견기업 위닉스가 인수한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파라타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344억 원, 순손실 326억 원을 기록했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95억 원으로 내려갔다. 신규 자본이 들어왔지만 영업 규모와 손실 규모가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적자 구조가 이어졌다.
위닉스는 파라타항공에 995억 원을 대여했고 이 가운데 700억 원은 빚 대신 주식으로 받는 출자전환으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275억 원의 장기 대여금이 남아 있다. 위닉스 자체도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33억 원으로 전환됐다.
파라타항공 관련 지급보증도 모기업 부담으로 남았다. 위닉스는 파라타항공의 해외 항공기 리스를 위해 총 1억 3,200만 달러, 한화 약 1,800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고, 공항 사용료와 구상 채무 보증 등 94억 원 규모의 추가 보증도 제공했다. 파라타항공이 비용을 갚지 못하면 위닉스가 해당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자회사 손실이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위닉스의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4배 늘어난 217억 원, 당기순손실은 318억 원으로 악화됐다. 파라타항공은 대표이사 급여 100% 반납, 직원 주4일제 도입, 임금 20% 삭감 등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중소 LCC 현장에서는 임직원 사회보험 체납 문제까지 발생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난 4월분부터 휴직자뿐 아니라 정상 근무 중인 재직자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체납했다.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항공유 등 고정비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에서 고환율과 고유가가 단기 현금흐름을 압박한 결과다.
에어로케이항공의 체납 시점은 지배구조 변동 직후와 겹친다. 지난 3월 기존 최대주주 DAP는 자본잠식 해소 등을 위해 보유 지분 70.08%, 323만 6,807주를 324만 원, 주당 1원에 어센틱브랜즈홀딩스에 매각했다. 회사가 직원 급여에서 4대 보험 근로자 부담분을 공제한 뒤 공단에 납부하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례상 경영진의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된다.
체납이 길어질 경우 에어로케이항공은 연체금 부과뿐 아니라 공단의 국세 체납 처분 절차에 따라 예금, 매출 채권, 부동산 등 핵심 자산 압류와 추심 위험도 안게 된다. 임직원 신뢰가 흔들리면 조종사, 객실 승무원, 정비사, 운항 통제사 등 필수 전문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정비 품질 관리와 비행 피로 관리에도 부담이 생긴다.
반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비용 절감과 화물 운임 강세를 반영한 증권가 평가를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29일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기존 2만 8,000원에서 3만 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준 시점을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이 마무리된 2027년으로 변경하고, 제트유 안정화와 항공화물 운임 상승을 반영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6% 올렸다. 최민기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연간 3,000억 원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발표했으며, 합병 비용 1조 원 가운데 80% 안팎이 이미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 확보에 따른 조달비와 정비비 절감 효과가 내년부터 빠르게 반영될 것으로 봤다. 올해 2분기 대한항공 별도 기준 실적은 매출 4조 9,903억 원, 영업이익 579억 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지만 영업이익은 86% 줄어드는 수치다.
대한항공의 2분기 비용 부담은 제트유 가격과 원화 약세가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최 연구원은 3월 이후 제트유 가격 급등분이 본격 반영되고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영업비용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국제선 여객은 중동 항공사 공급 감소에 따른 환승 수요 흡수와 미주 인바운드 회복으로 수송량이 견조했지만, 운임에서는 유류할증료 인상분이 유류비 상승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화물 부문은 여객 부진을 일부 메운 축으로 꼽혔다. 최 연구원은 유류비 전가가 상대적으로 쉽고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중심 IT 수요가 견고했던 화물이 운임 강세를 바탕으로 여객 부진을 상쇄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3분기에는 연료비 대비 유류할증료가 천천히 하락하면서 여객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고, 화물 운임은 제트유 가격 안정화와 중동 지역 공급 회복 이후에도 IT 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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