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이 이겨서 우리 32강 보내줄래?”… 경우의 수 최악의 길로 밀려가는 홍명보호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홍명보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졸전으로 32강 자력 진출권을 놓친 뒤 다른 조 결과에 기대야 하는 ‘해줘 축구’의 처지에 몰렸다.

멕시코전 패배 후 홍명보 인터뷰(사진=FIFA)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를 1승 2패, 승점 3, 골득실 -1로 마쳤다. 이번 대회는 12개 조 3위 팀 중 상위 8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지만, 한국은 남아공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확보할 수 있었던 자력 진출 기회를 0-1 패배로 놓쳤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의 운명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 이후 다른 조 3위 팀들의 성적과 골득실,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경우의 수’와 확률 계산에 기대야 하는 대표팀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26일 오전 한국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연달아 무너졌다. E조에서는 에콰도르가 독일을 2-1로 꺾고 1승 1무 1패, 승점 4로 조 3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앞섰다. 한국 입장에서는 독일이 에콰도르의 승리를 막아줘야 32강 경쟁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지만, 첫 경우의 수부터 사라졌다.

E조 에콰도르 vs 독일(사진=FIFA)

F조에서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1로 비겼다. 일본이 후반 11분 도안 리쓰의 패스를 받은 마에다 다이젠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스웨덴은 후반 17분 안토니 엘랑가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에 가장 유리한 결과는 일본의 2골 차 이상 승리였다. 스웨덴은 경기 전 1승 1패, 승점 3으로 한국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 0으로 한국보다 앞서 있었고, 일본에 2골 차 이상으로 패했다면 골득실에서 한국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승부로 스웨덴은 승점 4를 확보했고, 한국보다 확실히 높은 위치에 섰다.

D조에서도 마지막 기대가 꺾였다. 호주와 파라과이의 맞대결에서 한국에 유리한 흐름은 호주의 승리 또는 파라과이의 2골 차 승리였지만,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결과로 파라과이도 1승 1무 1패, 승점 4가 됐고 한국보다 앞서게 됐다.

F조 일본 vs 스웨덴(사진=FIFA)

이로써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에콰도르, 스웨덴, 파라과이가 한국보다 높은 승점으로 3위 경쟁에서 앞서갔다. 한국보다 아래에 있는 팀은 현재 승점 3, 골득실 -3의 C조 3위 스코틀랜드뿐이다. 3위 팀에게 주어지는 32강 티켓 8장 중 절반이 한국보다 높은 승점 팀들로 채워지면서, 한국은 남은 G~L조 3위 팀 중 최소 3팀보다 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확률도 빠르게 줄었다. 통계 업체 옵타는 전날까지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87.6%로 봤지만, 에콰도르가 독일을 꺾은 뒤 70.96%로 낮췄다. 일본과 스웨덴의 무승부 이후에는 67.93%로 내려갔고, 호주와 파라과이의 무승부까지 나오자 54.45%까지 하락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전망도 흔들렸다. 한국의 32강 가능성은 94%에서 85%로 낮아졌고, F조 결과 이후 82%로 떨어졌다. D조 결과까지 반영된 뒤에는 68%로 줄었다. 남아공전 패배 직후만 해도 여러 경우의 수 중 일부만 맞으면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하루 만에 확률 싸움의 기준선 자체가 내려간 셈이다.

남은 경우의 수도 복잡하다. G조에서는 이집트가 이란을 잡아야 한국에 유리하고, H조에서는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꺾는 흐름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카보베르데를 이기는 결과도 한국에는 도움이 된다.

D조 파라과이 vs 호주(사진=FIFA)

I조에서는 세네갈과 이라크가 비기는 결과가 한국에 유리하다. J조에서는 오스트리아가 알제리를 잡아야 하며, 알제리가 승리하더라도 2골 차 이상의 결과가 나와야 한국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K조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이기면 안 되고, L조에서는 가나가 크로아티아를 꺾어야 한다.

결국 한국은 스스로 만든 결과가 아니라 독일, 일본, 호주,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리아, 가나 등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기대야 하는 상태가 됐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해줘 축구”,”이겨줘 축구”, “구걸 축구”라는 냉소가 나온 이유다. 남아공전에서 승점 1만 챙겼어도 필요 없었던 계산이었지만, 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직접 길을 닫아버렸다.

비판은 홍명보 감독의 오전 인터뷰와도 맞물렸다. 홍 감독은 남아공전 뒤 경기력 붕괴의 원인에 대해 “왜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나도 코칭스태프도 당황스럽다”, “이유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기 후 데이터상 활동량이나 고강도 움직임에서 큰 차이를 찾지 못했다며, 무더운 몬테레이 환경과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을 언급했다.

그러나 팬들이 보는 문제는 달랐다.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중앙을 반복해서 내줬고, 역습 대응은 늦었으며, 상대가 예상한 방식대로 움직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감독은 전술 붕괴보다 환경과 심리 요인을 먼저 거론했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누가 봐도 전술 문제인데 감독만 모른다”, “상황 인지가 안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홍명보 대한민국축구국가대표팀 조별리그 결산 인터뷰(사진=엠빅뉴스)

특히 홍 감독이 전술 변화에 대해 “상대에 맞춰 변화를 줄 순 있지만, 여태껏 다져온 틀을 대회 도중 갑자기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답한 대목은 비판을 더 키웠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플랜A가 막혔고, 상대가 한국의 틀을 읽고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감독이 기존 틀 유지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한국이 경우의 수 끝에 32강에 오르더라도 문제는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해줘 축구’와 ‘구걸 축구’로 토너먼트에 올라간다 해도, 전술 변화에 소극적인 감독 체제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차라리 떨어져서 대한축구협회부터 대표팀 운영 구조까지 갈아엎는 게 낫지 않느냐”는 거친 반응까지 나왔다.

한국이 32강에 오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우의 수는 희망보다 실패의 부산물에 가깝다. 남아공전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필요 없었던 계산을 대표팀 스스로 만들었고, 이제는 다른 팀이 이겨주거나 비겨주거나 크게 져주기를 바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홍 감독의 책임론도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어떻게든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발언은 수습 의지보다 거취 논란과 연결됐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자력 32강 진출에 실패한 감독이 원인과 해법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다음을 말하자, 일부 팬들은 2027년 1월까지인 임기를 유지해 아시안컵까지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표팀은 이제 남은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팀이 경기장 밖 계산에 매달리게 된 현실은 그대로 남았다. 한국의 32강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홍명보호가 남아공전에서 드러낸 전술 한계와 위기 인식 부족은 경우의 수로 덮기 어려운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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