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금메달”과 “군대 안 갑니다”… 아시안게임 국대 인터뷰 속 병역특례 개편론 확산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 논란이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하는 이기혁
인터뷰하는 이기혁(사진=MBC)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금메달 획득 직후 일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직접 언급하거나 관련 행동을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삐딱하게 전역모 착용한 박승수
삐딱하게 전역모 착용한 박승수(사진=박승수 인스타그램)
삐딱하게 전역모 착용 후 잘못된 경례하는 박승수
삐딱하게 전역모 착용 후 잘못된 경례하는 박승수(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주장 이기혁은 인터뷰 중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고,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사과문 업로드 한 양민혁
사과문 업로드 한 양민혁(사진=양민혁 인스타그램)

논란이 확산하자 세 선수는 잇따라 사과했다. 이기혁은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를 생각했어야 했다고 밝혔고,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여러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승수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선수들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국가대표 소양과 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병역 혜택을 둘러싼 시선은 야구대표팀의 인터뷰에서도 엇갈렸다.

인터뷰 하는 노시환
인터뷰 하는 노시환(사진=올스)

한국 야구대표팀은 프로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지만 슈퍼라운드에서 사회인 선수들이 주축인 일본에 0-5로 패했다. 이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직후 주장 노시환은 대표팀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에 대한 비판을 두고 “솔직히 신경 안 쓴다”며 “어쨌든 땄잖아요,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정에 대한 평가보다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 하는 김도영
인터뷰 하는 김도영(사진=올스)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건 김도영의 평가는 달랐다.

김도영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1-1로 맞선 8회 결승타를 때렸다.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코뼈가 골절돼 수술까지 받았던 그는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기분은 좋지만 찝찝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0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회를 돌아보는 언어는 달랐다. 노시환이 최종 결과인 금메달을 강조했다면 김도영은 우승 뒤에도 자신의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을 먼저 돌아봤다.

과거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대했던 모습도 이번 논란과 함께 비교할 만한 사례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아시아라운드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은 대만과 중국, 일본을 상대로 치른 아시아라운드를 전승으로 통과했고, 박찬호는 대만전에서 7회부터 3이닝을 막은 데 이어 일본전에서도 세이브를 올렸다. 한국은 이후 미국과 멕시코까지 꺾으며 4강에 진출했다.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 중인 박찬호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 중인 박찬호(사진= MBC)

박찬호는 당시 출정식에서도 “한국 야구가 얼마나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뤘는지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로 시즌 준비를 병행해야 했지만 대회 첫 단계인 아시아라운드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셈이다.

그는 3년 뒤인 2009년 제2회 WBC를 앞두고 대표팀 불참과 함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박찬호는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2006년 WBC에서 아시아라운드부터 참가해 4강 진출에 힘을 보탠 뒤 내린 결정이었다.

손흥민에게도 아시안게임과 병역 문제는 선수 경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이었다.

손흥민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의 차출 협조를 받지 못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한국은 손흥민 없이 금메달을 획득했고, 그는 당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4년 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당시 대표팀의 공식 목표는 2014 인천 대회에 이은 아시안게임 2연패였고, 손흥민은 조현우, 황의조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대회에 나섰다.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손흥민(손흥민=인스타그램)
손흥민(손흥민=인스타그램)

손흥민 개인에게도 병역 문제가 걸려 있던 대회였지만 우승 뒤 인터뷰에서 앞세운 것은 대표팀의 금메달이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SBS와의 인터뷰에서 병역 혜택은 두 번째 문제였고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과정에서도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대표팀의 경기력과 선수들의 자세를 먼저 언급했다.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한 뒤에는 “제가 잘 컨트롤해서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갖는 데 도움이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들이 상대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에게 병역 문제가 걸린 대회였지만 공개적으로 내놓은 발언은 자신의 혜택보다 대표팀의 목표와 경기 태도에 맞춰져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직후 병역 혜택을 직접적인 경기 동기로 언급하면서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병역 혜택을 받는 것 자체보다 국가대표 경기와 금메달을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다.

현행 제도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된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어 프로 선수에게는 경력 단절을 줄일 수 있는 제도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1973년 도입됐다.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둔 선수와 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유지됐지만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형평성 문제가 이어지면서 개편 요구도 반복돼 왔다.

방탄소년단 정규 5집 'ARIRANG' 콘셉트 포토
방탄소년단 정규 5집 ‘ARIRANG’ 콘셉트 포토(사진=빅히트 뮤직)

제도 도입 당시 주요 명분이었던 ‘국위 선양’의 기준이 지금도 적절한지를 둘러싼 문제도 계속 제기돼 왔다. 세계적인 활동을 펼친 방탄소년단(BTS)은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국회에서도 BTS와 예술·체육요원을 직접 비교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2024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BTS도 다 군대 가는데 지금 왜 예술·체육계 제도에 있는 사람이 병역혜택을 받아야 합니까”라며 현행 제도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병무청도 보충역 제도 전반을 대상으로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지난 8월 보충역의 단계적 감축·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예술·체육요원에 대해서도 편입 인정 대회와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향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 정치권에서도 개편 요구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5일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 “이미 폐지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술·체육 분야를 포함한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대상과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고, 정일영 의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가치와 병역특례 문제는 별도로 봐야 한다며 기준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제도 개편 주장이 나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고 밝혔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도 병역특례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여야에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기준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과거 국가대표 선수의 복무규정 위반으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장현수
장현수(사진=KFA)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장현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된 뒤 체육 분야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리고 증빙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2018년 드러났다. 장현수는 모교 학생들을 지도했다며 봉사활동 실적을 제출했지만 실제 활동 내용과 맞지 않는 자료가 확인됐고 이후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과 벌금 3,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병역특례를 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간 국가대표가 복무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례라는 점에서 당시에도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관리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에게 병역 문제는 선수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다. 특히 활동 기간이 짧은 프로스포츠에서는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이 선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부담을 덜게 된 것을 기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에게 병역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다. 이를 피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거나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뒤 금메달이라는 결과만 얻으면 된다는 태도는 국가대표의 책임과 병역특례 제도의 취지 모두와 거리가 있다.

철책선 점검하는 7사단 장병들
철책선 점검하는 7사단 장병들(사진=제7보병사단)

이번 대회에서 나온 일부 선수들의 발언이 큰 반발을 산 것도 단순히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병역특례를 경기의 직접적인 목표처럼 말하고, 국가대표로서 치른 국제대회의 과정과 의미보다 개인에게 돌아오는 혜택을 앞세운 모습이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이제 53년째를 맞았다. 병역자원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의 축소와 폐지, 편입 기준 재설계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 논란은 국가대표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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