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갑니다부터 은퇴 카드까지”… 잇단 논란에 흔들린 국가대표 ‘태극마크’의 의미


[해시태그=전우주 기자]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불러온 국가대표 은퇴 소동이 대한축구협회와의 장시간 대화 끝에 일단 봉합됐다. 대표팀을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선택까지 등장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논란을 남겼다.

훈련중인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훈련중인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사진=KFA)

이번 소동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불거졌다. 1996년생 동갑내기인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은 일부 대표팀 동료에게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바뀌는 게 없다”는 취지의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 선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표팀을 향한 불만 자체가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다. 김민재는 앞서 베네수엘라전을 마친 뒤 수비진에 부담이 집중되는 상황을 지적했고, 황인범도 오랜 기간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표팀 운영과 경기 방식,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문제가 있다면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직접 경기를 뛰고 생활하는 선수들이 느낀 문제는 오히려 협회와 대표팀이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문제 제기와 국가대표 은퇴는 성격이 다르다.

보도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세 선수와 자정을 넘겨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세 선수의 은퇴 의사가 사실상 철회되면서 상황은 일단 정리됐다. 대표팀을 향한 불만이 은퇴 의사로 이어졌고 협회의 설득 이후 다시 물러서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국가대표 은퇴가 개인의 불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처럼 비칠 여지도 남았다.

최근 한국 스포츠에서는 태극마크와 병역 혜택, 개인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뒤 나온 일부 선수들의 발언도 그중 하나였다.

인터뷰하는 이기혁
인터뷰하는 이기혁(사진=MBC)

주장 이기혁은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양민혁은 메달과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이라는 목표를 바라봤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승수는 전역모를 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금메달을 위해 준비한 과정과 대표팀의 성과보다 병역 혜택이 먼저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선수들이 해명하거나 사과했지만 국가대표 대회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졌다.

야구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주장 노시환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두고 과정이 아닌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인터뷰에서는 “그 과정은 저는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금메달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경기력과 경쟁력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경기 내용보다는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앞세운 답변이었다. 결과가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대표팀의 경기 과정과 경기력을 향한 비판까지 결과 하나로 덮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같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정반대의 장면도 나왔다. 남자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영준은 이미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선수였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별도의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터뷰하는 이영준
인터뷰하는 이영준(사진=MBC)

한 취재진이 이영준에게 이미 군 복무까지 마쳤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뛰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그는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군대를 다녀왔다고 대충 뛸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병역 혜택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상 이기기 위해 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였다.

국가대표 은퇴를 바라보는 선배 선수들의 태도도 이번 소동과 대비된다. 이재성은 올해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표팀은 자신이 선택해서 들어오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먼저 대표팀 생활의 끝을 정하기보다 더 이상 대표팀이 부르지 않는 순간을 은퇴 시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손흥민도 대표팀 생활을 계속할지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2024 아시안컵 탈락 이후 대표팀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동료와 팬, 주장으로서의 책임을 고려한 뒤 태극마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후에도 몸이 허락하고 대표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동안 국가대표로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성은 30세에 실제 국가대표 은퇴를 선택했지만 배경은 달랐다. 두 차례 큰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이 몸에 부담을 줬고, 부상이 아니었다면 대표팀 생활을 더 이어갔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박지성은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대표해 뛰었던 시간을 “무한한 영광이며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대표팀에서 느낀 문제를 축구협회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대표팀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선수들은 지적할 수 있고, 협회 역시 이를 듣고 필요한 부분을 바꿔야 한다.

손흥민, 이재성
손흥민, 이재성(사진=Koreatimes)

그러나 대표팀에 대한 불만과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선택은 같은 문제로 묶기 어렵다. 수많은 프로 선수 가운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는 극히 일부다. 병역 혜택이 있든 없든,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국가대표라는 자리의 의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의 은퇴 소동이 불거진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은 선수단을 향해 “어떤 선수도 팀보다 위대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의 목표와 이해보다 팀이 먼저라는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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